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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설화의 중심지: 평양·압록강 일대

by gohappyjan 2026. 1. 20.

고구려 수도 평양
고구려 수도 평양

 

고구려 설화는 단순한 신비한 전설이나 구비문학이 아닌, 고대 국가 고구려가 남긴 독자적인 문화적 유산이자 정신적 뿌리입니다. 특히 설화가 만들어지고 전승된 지리적 공간은 해당 이야기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중에서도 고구려의 중심지였던 평양압록강 일대는 다양한 신화와 전설의 배경이 되었으며, 설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 두 지역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고구려인의 세계관과 정치·종교적 의도가 투영된 설화적 핵심 무대로서 기능해 왔습니다.

 

본문에서는 평양과 압록강이 어떻게 고구려 설화 속에서 신화적 의미를 부여받았으며, 그 공간들이 고구려 민족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평양, 고구려 후반기의 설화 중심지

고구려는 건국 초기에는 졸본국내성(지금의 중국 지안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427년 장수왕이 수도를 평양성으로 옮기면서 정치·문화의 중심축이 서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평양 천도는 단순한 행정적 결정이 아닌, 상징적이고 신화적인 전략이었습니다. 장수왕은 수도 이전을 통해 고구려의 통치 기반을 넓히고, 정통성과 천명을 강조하는 여러 신화적 서사를 평양 중심으로 재정립했습니다.

 

특히 장수왕 시대 이후 제작된 많은 설화에서 평양은 신성한 수도, 하늘이 선택한 땅으로 묘사됩니다. 대무신왕이 평양 일대를 정복하고, 그곳에서 하늘의 계시를 받았다는 설화는 수도 이전을 천명(天命)의 실현으로 해석하게 합니다. 또한 고구려 후기 설화에는 평양이 왕이 백성을 위한 결단을 내리는 장소, 하늘과 소통하는 신성한 지점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이는 당시 평양이 단순한 정치·행정 중심지를 넘어, 국가의 신화적 아이덴티티를 재구성하는 공간으로 기능했음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평양성은 고구려 말기 수나라·당나라와의 격전지로도 유명하며, 이와 관련한 수많은 전설과 영웅 서사가 구비문학으로 전승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을지문덕 장군이 평양성 인근에서 수나라 대군을 무찌른 '살수대첩'은 후대에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설화적 상징으로 승화되었고, 이 전투를 둘러싼 다양한 설화가 형성되었습니다.

 

결국 평양은 고구려의 수도이자, 영웅의 도시, 민족의 기억이 서린 공간으로서 설화적 핵심지를 형성하게 된 것입니다.

압록강, 신화적 경계와 자연신앙의 공간

고구려 설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또 하나의 핵심 공간은 압록강 입니다. 압록강은 단지 한 나라의 서쪽 국경이 아닌, 신화와 현실이 만나는 경계의 의미를 지닌 장소였습니다. 특히 고구려 건국신화인 주몽 신화에서, 주몽이 압록강을 건너는 장면은 강력한 상징성을 가집니다. 주몽이 자신을 제거하려는 부여 세력을 피해 탈출하던 중, 압록강에 이르렀을 때 하늘이 그를 돕기 위해 거북이와 물고기를 보내 강 위에 다리를 놓아주는 이야기는 고구려 설화에서 매우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 압록강은 단순한 자연의 장애물이 아니라, 인간과 신의 중간지대, 선택받은 자만이 건널 수 있는 통과의례의 공간으로 묘사됩니다. 주몽이 강을 무사히 건너 새로운 나라를 세운다는 이야기는, 곧 그가 신의 축복을 받은 존재라는 의미이며, 압록강은 그 신성한 시험의 무대가 됩니다. 이처럼 압록강은 고구려 설화 속에서 도전, 극복, 새로운 시작의 공간으로 반복 등장하며, 자연에 깃든 영성과 신화성을 상징합니다.

 

또한 압록강 유역은 고구려인들의 무속 신앙과 자연 숭배가 활발히 전개되었던 지역입니다. 고대 고구려인들은 강의 흐름, 바위, 폭포, 동굴 등에 신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고, 이 지역에는 수많은 전설의 명소가 존재했습니다. 강 근처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자연현상은 신의 계시로 해석되었고, 이는 다양한 설화의 소재로 활용되었습니다. 심지어 강물의 색이나 물고기의 움직임을 통해 미래를 점치는 자연 점술 신앙도 존재했으며, 설화 속에서는 이를 신령한 능력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압록강은 자연과 인간, 신의 세계가 교차하는 경계선으로서, 고구려 설화에서 신화적 무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강은 삶과 죽음, 과거와 미래, 인간과 신이 만나는 접점이며, 압록강이라는 공간은 고구려 설화의 중심 철학인 자연과 조화, 인간의 극복의지, 신의 선택을 가장 극명하게 상징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설화적 공간이 가지는 민족 정체성과 문화적 자산

고구려 설화에서 평양과 압록강은 단지 특정 사건이 벌어진 장소가 아니라, 정신적·문화적 정체성의 거점이었습니다. 공간은 단지 지리적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사유와 기억이 축적되는 장이며, 고대 설화는 그 공간의 의미를 집단 무의식으로 재구성하는 문화 장치입니다. 설화 속 평양은 통치의 신성성, 천명에 따른 수도, 백성과의 소통 장소로 의미화되었고, 압록강은 초월과 계시, 인간과 신의 경계로 기능했습니다.

 

이러한 공간은 단지 옛이야기에서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 콘텐츠 산업에서도 이들 공간은 중요한 스토리텔링 자원이 됩니다. 예컨대, 역사 기반 드라마, 판타지 소설, 지역 관광 콘텐츠 개발 등에 있어 설화 속 공간은 서사의 리얼리티를 강화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핵심 자원으로 활용됩니다. 평양성과 압록강은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는 콘텐츠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핵심 배경으로, 상징성과 문화적 울림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육적 관점에서도 이들 설화적 공간은 역사 이해의 감각적 매개체가 됩니다.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고구려의 수도가 어딘지, 어떤 강이 국경인지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설화를 통해 그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었는지, 사람들이 그 공간을 어떻게 기억했는지를 알게 되면 학생들은 역사와 더욱 깊이 있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결국, 평양과 압록강은 고구려 설화의 핵심 무대일 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적 자산입니다. 우리는 이 공간을 통해 고구려인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고, 오늘날 우리 사회가 과거로부터 어떤 가치를 계승해야 할지를 고민할 수 있습니다.

결론: 고구려 설화의 공간은 고대인의 세계관을 압축한 문화 지도이다


고구려 설화에서 평양과 압록강은 단지 지리적 명칭이 아니라, 왕권의 정통성, 신과 인간의 연결, 민족적 자긍심이 집약된 상징적 공간입니다. 평양은 하늘이 선택한 수도로서의 신성성을 지녔고, 압록강은 초월과 계시의 경계로서 인식되었습니다. 이들 지역은 설화를 통해 더욱 의미화되었고, 고구려인의 집단 기억 속에 신화적 공간으로 각인되었습니다.


오늘날 이 설화적 공간들은 단지 옛이야기의 배경이 아닌, 우리의 역사적 뿌리와 문화적 자산으로서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구려 설화에 나타난 공간 인식을 통해,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 신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으며, 그 속에서 문화적 정체성과 창조적 상상력을 함께 키워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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